안개 속의 레스토랑

작가: 글립

야간 운전 중에 길을 잘못 들었다. 내비게이션은 진작에 신호를 잃었고, 도로는 점점 좁아지더니 짙은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때 안개 사이로 불빛이 보였다. 작고 낡은 레스토랑이었다. 간판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차를 세웠다.

안은 따뜻했다. 손님은 한 쌍의 노부부와, 창가에 혼자 앉은 어린아이뿐. 종업원이 다가오기도 전에 나는 나폴리탄을 주문했다. 메뉴판은 본 적도 없는데.

음식을 기다리며 둘러보다 이상한 걸 깨달았다. 노부부도, 아이도, 종업원도 전부 나와 똑같은 나폴리탄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먹지 않았다.

창가의 아이가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저씨, 이번엔 몇 번째예요?"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물으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앞에 나폴리탄이 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났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접시도, 이 안개도, 이 질문도, 분명 처음이 아니었다. 나는 포크를 들었다. 다시, 처음부터.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