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부동산
작가: 글립
조건이 너무 좋은 집이 나왔다. 시세의 절반, 역세권, 신축. 부동산 사장님은 유난히 친절했다.
집을 보러 갔다. 흠잡을 데가 없었다. 사장님이 말했다. "이 집은 사는 분이 금방 정해져요. 다들 오래는 못 사시지만."
왜냐고 묻자 사장님은 환하게 웃었다. "전 세입자분들이 다들 너무 만족하셔서요. 한 분도 안 나가셨거든요."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는데, 세대 등록부에 이전 거주자 명단이 보였다. 스무 명이 넘었다. 전출 날짜는 모두 비어 있었다.
사장님이 펜을 내밀며 나직이 덧붙였다. "걱정 마세요. 다들 아직 안에 계시니까, 외롭진 않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