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읽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12/03, 12:11]

작가: marketvalue

※꼭 읽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12/03, 12:11] 점심을 먹고 평소대로 메일함을 열자, 눈길을 끄는 제목의 메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만 보면 딱 봐도 광고나 사기성 메일같지만, 클릭해보는 것만으로는 별 문제 없겠지. 나는 별 생각 없이 메일을 클릭했다. ※꼭 읽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12/03, 12:11] 정말 억울한 일을 겪어 OO님께 제보합니다. 제 말을 증빙할 자료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들어보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정말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010-XXXX-XXXX 나는 유튜버다. 얼굴에 가면을 쓰고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영상들을 본 적이 있는가? 나도 그들 중 하나다. 사람들은 우리같은 유튜버들을 속칭 '사이버 렉카'라고 부른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어그로가 잘 끌리는' 주제를 찾아 하루 종일 인터넷 커뮤니티만 돌아다니는 게 우리같은 족속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물게 메일을 통해 흥미로운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에, 유튜브 정보란에 항상 메일 주소를 기재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일로 욕지거리나 써 보내는 머저리들이 대부분이었고, 가뭄에 콩 나듯 광고 문의가 들어올 뿐, 수확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지? 신종 광고인가? 아니면 머저리들을 낚아먹으려는 사기 수법인가? 하지만 '사이버 렉카'로서 이런 흥미로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업무용 핸드폰을 집어들어 메일에 쓰여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정도 연결음이 울렸고, 어떤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OO입니다. 메일 주신 분 맞으신가요?" "......."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다. "여보세요? 메일 주셔서 전화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맞습니다. 제가 메일을 보냈습니다." "혹시 어떤 일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전화기 너머에서 한동안 바람소리 비슷한 호흡만 들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건지, 아니면 주변을 살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저,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괜찮아요." "저는… 원래 작은 식당을 운영했었습니다." "작은 가정식집이었어요. 나름 단골도 많았고, 매출도 꾸준하고…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를 계속 하더군요." "불가능한 요구라면…?" "메인 메뉴를 서비스로 달라느니, 아이가 먹기 싫어한다고 주문한 음식을 전부 바꿔달라느니… 그런 종류의 것들이었죠. 저도 처음엔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냥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는 계속해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 남자가 말을 이어갈 때마다, 나는 무언가 서늘함이 목덜미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이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너무 오래 끓여서 증발된 분노가 바닥에 눌러붙어 있는 그런 느낌. "그 여자가 동네에 소문을 냈습니다. ‘사장이 아이 손님을 차별한다’, ‘상한 음식을 판다’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요. 사람들은 그걸 곧이곧대로 믿더군요." 그 뒤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졌다. 리뷰 테러, 지역 맘카페, 과장된 유포… 사이버 렉카들 사이에선 진짜 하루가 멀다 하고 다루던 레퍼토리였다. "가게가 망했습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힘드셨겠네요." 뭐, 안타깝지만 이 정도는 흔하디 흔한 레퍼토리였다. 분명 안타까운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돈이 되질 않는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처음 보는 여자에게 성폭행 누명을 뒤집어쓰게 됐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거다. 이거 돈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을 숨긴 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다. "처음 보는 여자라고 하셨나요?" "네.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여자를 모텔로 끌고 갔다고 주장하더군요. 처음 경찰에서 연락이 왔을 땐, 전화가 잘못 걸려온 줄 알았습니다." "식당이 망했어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무도 저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약혼녀와도 파혼했습니다. 전부 무너졌죠." 말끝이 갈라지는 것도 아니고, 격앙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기계처럼 쓸쓸하게 흘러가는 문장이었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복수하기로요." 드디어 그 단어가 등장했다.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어젯밤, 그 두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방 안의 온도가 실제로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죄송하지만 지금 뭐라고…?" "죽였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차분히 반복했다. "그 여자들을요. 제 가게를 망하게 만든 여자, 그리고 저에게 누명을 씌운 여자. 둘 다요." 나는 입술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몇 년 동안 수많은 사연을 듣고 온갖 자극적 사건을 다뤄 왔지만, 지금처럼 실제 살인자일지도 모르는 사람과 통화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가 덧붙였다. "뭐, 운이 좋아야 징역 몇십년에, 운이 좋지 않다면 무기징역, 아니, 사형일 수도 있겠죠.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습니까. 저도 곧 그들 곁으로 따라 갈겁니다. " "하지만, 그냥 이렇게 죽는 건 억울합니다.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할 거면, 자신의 눈에는 피눈물이 날 각오가 되어 있어야겠죠." "제 억울한 사연도 알리고, 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직접이요.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에 제 이야기를 올려 주세요. 영상이 업로드되면, 저는 바로 계획을 실행하러 떠날 겁니다." "…직접 오시겠다고요?" "네. 오늘 밤 바로 가능합니다. 장소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동시에, 뿌리 깊게 들러붙어 있는 ‘사이버 렉카’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살인자 본인이 직접 출연? 세상 모든 유튜버가 목을 빼고 기다릴 콘텐츠였다. "생각해보시고, 연락 주세요. 아, 모든 증거 자료들은 제가 다 가지고 갈 겁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시간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뚝. 통화가 종료됐다. 나는 핸드폰을 쥔 손을 내려다보며 멍하게 서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가 공포인지 흥분인지, 혹은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몇 분 동안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요즘 구독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반전이 필요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거야말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날 저녁, 나는 스튜디오 겸 집으로 그를 초대하는 문자를 보냈다.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고, 초인종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자 낮고 힘 없는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전화에서 들었던 목소리 그대로였다. 그는 검은 패딩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예상보다 훨씬 평범했다. 뉴스에서 나올 법한 살인범의 얼굴을 상상했지만, 그는 그냥 피곤한 회사원처럼 보였다. "들어오세요." 나는 의식적으로 밝은 말투를 유지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집 안을 둘러보며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그는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 집 안은 난방을 틀어두었는데도 왠지 온도가 조금 낮아진 것 같았다.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시선이 이상하게 느릿느릿했다. "자료, 보여주신다고 하셨죠?" 나는 억지로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백팩을 열었다. 지퍼가 열릴 때 나는 소리가 유난히 길게 들렸다. 투명 파일 몇 개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 사진 속 얼굴은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뉴스? 커뮤니티? 어디에서였을까.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나는 페이지를 넘겼다. 사진 속 사람은 점점 더 야위어갔고, 마지막 페이지는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물에 젖은 건지, 누가 일부러 문질렀던 건지 모를 얼룩이 있었다. "이게… 뭐죠?" 그는 대답 대신 나를 보며 아주 미세하게 웃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묘했다. 기쁜 것도 아니고, 비웃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오래된 결론에 다다른 사람의 표정. “선생님 채널… 예전부터 봐왔습니다.” 그 말투에서 특별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딘가 꺼림칙했다. 그는 몇 가지 영상을 언급했는데, 나는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 참… 쉽게 이야기하더군요. 선생님도 그렇고." 그는 손가락으로 사진의 얼룩진 부분을 천천히 문질렀다. 나는 숨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무엇이 잘못됐는지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생각이 흐릿해졌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일어섰다. 내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동안에도, 걸음은 일정했고 느렸다. "선생님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됐어요."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때 영상도 그렇고… 댓글들도 그렇고…" 그는 고개를 숙여 눈을 맞췄다. "사람 말이라는 게… 참 무섭죠."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 그는 낮게 속삭였다.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할 거면, 자신의 눈에는 피눈물이 날 각오가 되어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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