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녹취 17번 파일
작가: 글립
신입 상담원 교육용 자료입니다. 본 녹취는 재난민원통합센터 야간조 배치 전 반드시 청취해야 하는 17번 파일입니다. 청취 도중 잡음, 기침 소리, 혹은 본인의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 들리더라도 일시정지하지 마십시오. 17번 파일은 중간에 멈출 수 없습니다. 멈췄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파일은 계속 재생되고 있습니다. 첫째, 야간조 근무 중 02:40부터 03:10 사이에 걸려 오는 민원전화는 받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전화벨이 세 번 이하로 울리고 끊긴 뒤, 같은 번호로 다시 걸려 오는 전화는 반드시 받으십시오. 받지 않으면 다음 전화는 상담원 개인 휴대전화로 연결됩니다. 개인 휴대전화로 연결된 민원은 센터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으므로, 실종 처리 시 근무 중 사고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둘째, 전화를 받으면 "재난민원통합센터입니다. 접수 내용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하십시오. "어디세요?"라고 묻지 마십시오. 그들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위치를 물으면 그들은 본인이 있는 곳을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설명을 끝까지 들은 상담원은 대체로 그곳을 찾아가게 됩니다. 자발적으로요. 셋째, 수화기 너머에서 물 흐르는 소리,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중 하나가 들린다면 상담 기록창에 '생활불편'으로 분류하십시오. 세 가지가 동시에 들린다면 '기타'로 분류하십시오. 이유를 묻지 마십시오. 시스템은 '기타' 민원을 자동으로 40년 전 담당 부서에 이관합니다. 그 부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이관 처리는 정상적으로 완료됩니다. 넷째, 민원인이 자신의 이름을 말할 경우 절대로 따라 읽지 마십시오. 이름을 되묻는 것도 금지입니다. 그 이름은 대개 실제 실종자 명단에 존재하며, 드물게는 다음 주 당직표에 존재합니다. 당직표에서 본인의 이름을 확인했다면 그날은 병가를 사용하십시오. 병가가 반려되면 출근하셔도 좋습니다. 이미 바뀐 것입니다. 다섯째, 민원인이 "불이 꺼졌어요"라고 말하면 "주변의 문을 열지 마십시오"라고 안내하십시오. 민원인이 "이미 열었어요"라고 답하면 상담창을 닫고 새 창을 여십시오. 새 창에 같은 민원이 자동 입력되어 있다면 다시 "주변의 문을 열지 마십시오"라고 안내하십시오. 이 과정을 민원인이 "아직 안 열었어요"라고 답할 때까지 반복하십시오. 통상 4회에서 9회 사이에 정상화됩니다. 10회를 넘겼다면 민원인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때는 "접수되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십시오. 여섯째, 민원인이 상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안부를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긴 아직 따뜻해요?" "오늘도 비 와요?" "엄마는 아직 기다려요?"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마십시오. 대답하는 순간 상담원과 민원인의 위치가 교환됩니다. 이 조항은 괴담이 아니라 실제 근무 중 발생한 인사이동 사례입니다. 복귀한 상담원은 모두 자신이 민원인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녹취에는 그들이 친절하게 민원을 응대한 기록만 남아 있습니다. 일곱째, 통화 중 화면에 민원인의 위치가 표시될 수 있습니다. 지도상 위치가 바다, 폐건물, 산중턱, 지하차도일 경우 시스템 오류입니다. 무시하십시오. 지도상 위치가 센터 내부로 표시될 경우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발밑을 확인하십시오. 바닥에 전화선이 감겨 있다면 발을 빼내려 하지 마십시오. 전화선은 당신을 붙잡은 것이 아니라, 아직 이쪽에 묶어두고 있는 것입니다. 통화가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선은 저절로 풀립니다. 여덟째, 수화기 너머에서 본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녹음 재생 오류입니다. 다만 본인의 목소리가 "그 전화 받지 마"라고 말한다면 즉시 상담 멘트를 이어가십시오. 그 목소리는 미래의 당신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미래의 당신이었던 것입니다. 구조 요청은 이미 실패했습니다. 아홉째, 민원인이 "접수번호를 알려주세요"라고 요구하면 0000-0000을 안내하십시오. 실제 접수번호를 알려주면 민원인은 다음날 센터로 방문합니다. 방문한 민원인은 일반적으로 젖어 있거나, 타 있거나, 너무 오래 말라 있습니다. 그들이 대기표를 뽑으면 순번이 호출되기 전까지 센터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지난 분기 야간조 세 명이 이 조항을 누락하여 38일간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열째, 03:03에 정확히 들어오는 전화는 녹취 대상입니다. 그 전화는 반드시 녹음되며, 다음 신입 상담원의 17번 파일로 편집됩니다. 따라서 03:03 전화에서 민원인이 "이거 듣고 있니?"라고 말하면 당황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상담원에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 미래의 신입에게 하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파일을 듣고 있는 신입 상담원께 부탁드립니다. 혹시 지금까지 제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 들렸다면, 혹은 헤드셋을 벗었는데도 제가 계속 말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야간조 교육을 마친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곧 첫 전화가 올 겁니다. 전화를 받으면 꼭 이렇게 말하세요. "재난민원통합센터입니다. 접수 내용을 말씀해 주세요." 제가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