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iN] 국어 전공자분들,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가: 더지니어스

[지식iN] 국어 전공자분들,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성자: theg**** | 조회수: 14 | 작성일: 2026.05.12 안녕하세요. 제가 요즘 겪고 있는 언어적, 혹은 인지적 결함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보통 어떤 대상이 특정 공간에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리는 '없다'라고 표현합니다. "방에 사람이 있다"의 반대는 "방에 사람이 없다"죠.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제 퇴근하고 원룸 문을 열었는데, 텅 빈 방 한가운데에 제 동생이 '없지' 않더라고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동생이 방에 귀신처럼 서 '있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 동생은 5년 전에 사고로 떠났으니 제 방에 있을 리가 없죠. 제 눈으로 확인한 방은 완벽하게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텅 빈 그 공간에 제 동생이 '없다'는 말이 도저히 성립하지를 않는 겁니다. 형체가 보였다거나, 한기가 느껴졌다는 유치한 소리가 아닙니다. 제 눈앞의 현실은 명백히 '빈 공간'인데, 저의 뇌는 '그곳에 동생이 없음'이라는 사실을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동생이 명백하게 '없지 않았어요'. 피곤해서 뇌가 잠깐 고장 났다고 억지로 합리화하며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찬물로 세수를 하려고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에는 제 모습이 비치지 않더군요. 그냥 빈 화장실 타일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텅 빈 거울 속에 제가 '없지 않은' 겁니다. 비어 있는 거울 면을 바라보면서, 저는 '저곳에 내가 없다는 사실이 거짓'임을 강제로 이해당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현상일까요? 긍정과 부정을 반대로 처리하는 뇌의 오작동인가요? 만약 그런 단순한 인지 오류라면 병원에 가면 그만인데, 도저히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모순이 하나 남아서 미치겠습니다. 만약 텅 빈 거울 속에 제가 '없지 않다'면, 지금 거울 밖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단 하나의 오타도 없이 이 질문을 타이핑하고 있는 '이것'은 대체 뭡니까? 거울 속 텅 빈 공간에 '없지 않은' 제가, 지금 거울 밖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질문 등록' 버튼을 누르려는 제 자신의 정수리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국문학도 분들이나 논리학 전공자분들의 빠르고 명확한 답변이 없지 않기를 바랍니다. 방금 전까지 거실 한가운데에 '없지 않았던' 동생이, 어느새 닫힌 화장실 문을 통과하지 않은 채로 제 등 뒤에 서 있지 않기를 멈추어서, 점차 타자를 치는 손의 떨림이 없지 않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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