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역시나 타이밍
작가: Yenki1234
"선배, 그거 아십니까?" "뭐." "제가 선배 사랑하는 거 말입니다." "········."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지다 곧 라이터의 탈칵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츠으으·······. "····인간적으로, 그러니까 내 품성적인 면을 사랑한다는 거냐?" "허, 왜 알면서 모른 척 하세요? 당연히 이성으로써 사랑한다는 겁니다." 츠으····. 들숨 한 번에 절반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하······. 안다." "그럼 그렇지." 재떨이가 없기에 적당히 툭툭 담뱃재를 턴다. 겨울임을 알리는 추위와 함께 눈이 쌓였기에 화재 같은 걱정은 필요없었다. "··········." "평소에 그렇게 눈치 빠르던 사람이 이것만 못 알아채는 것도 웃기겠습니다." "후······. 그럼 이건 알고 있나." "뭐 말입니까?" "네가 한 건 엄청난 클리셰를 범한 행동이란 거." "하하, 알다마다요. 입사할 때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들었는데.이제 와서 까먹을래야 까먹을 수가 없죠." "알면서 사망플래그를." "에헤이··· 솔직히 말해서, 사실 예전부터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었는데 그거 전후 사정이 뒤바뀐 거 아닙니까?" "뭔 소리냐." "아니, 이게 말이죠? 사망 플래그, 그러니까 이 전쟁에서 살아남으면 그녀에게 고백하겠어! ······같은 말이 보통 플래그가 돼서 죽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다르다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역시 척하면 척. 사람의 감이라는 게 단순히 넘길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일종의 생존 본능, 즉! 아, 오늘이 내 제삿날이겠구나 해서, 자신은 단순히 다짐이라 생각하겠지만 무의식이 영향을 끼쳐 그런 말을 한다는 겁니다!" 설명에 심취한 듯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말을 설명하다 추위에 손을 집어넣었다. "사망 플래그를 찍어서 죽게 된 게 아닌, 애초에 죽게 될 운명이라 그런 순간에 그런 말을 한다는건가." 한참전에 다 피운 담배를 툭 던지며 새로 입에 문다. "정확합니다. 통계 보면 백이면 백 고백 같은 사망 플래그를 찍으면 다 죽어버려서, 교육까지 하며 하지 말라고 그렇게나 경고하는 거지만·····. 애초에 통계가 백이 나오는 건 사실상 반대가 맞지 않겠습니까." "흥미로운 이야기다. 동료들한테도 말하면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되겠군." "예. 그래서 대답은?" 타닥, 탁. 담뱃재가 순백의 눈 사이로 투둑 떨어진다. "후우·····. 그래, 나도—"
쿠우웅······. 투두둑. 아쉽게도 홀로 남은 담뱃재는 계속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