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바다거북 수프 해줘

작가: 나비공포증

오, 왔구나. 이전 친구는 너무 금방 싫증을 내서, 다음 친구는 또 언제 오나 기다리던 중이었어. 네가 금방 와줘서 정말 다행이네. 여기가 어디냐고? 글쎄, 사실 나도 잘 몰라. 그냥 어느날 눈을 떠보니 나도 여기였어.

주변을 둘러보면 너도 알거야, 여기가 얼마나 심심한 공간인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지. 이따금 찾아와 주는 너 같은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말이야. 그 친구들은 어디갔냐고? 걱정하지 마, 그 친구들은 내가 잘 내보내 줬어. 신기하게도 난 여기서 못나가지만, 다른 친구들을 내보내 주는 건 가능하더라고.

참 소중한 친구들이었지, 한번 헤어지고 나면 기약 없는 기다림이 찾아온다는 걸 잘 이해해줬거든. 그 중에서도 정말 고마웠던 친구는, 나한테 바다거북 수프라는 걸 알려준 친구였어.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지, 그냥 남자가 요리를 먹더니 죽었다잖아. 어디에나 있는 정신병자거나, 수프가 너무 맛이 없었거나, 그냥 그날 기분이 안좋았을 수도 있는데, 딱 짚어서 정답이 있다는거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답을 맞췄을 때 난 처음으로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어. 그렇게 만족을 한 나는 그 친구를 보내줬고, 또다시 맞은 혼자만의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하게 됐지.

앞으로 새로운 친구가 찾아와 줄 때마다 이 놀이를 해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았어. 사실은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찾아오는 와중에, 나랑 정말로 얘기가 잘 통하는 친구는 몇 없었거든. 나도 소중한 시간을 망치고 싶진 않으니까 평범히 맞장구를 쳤었지만, 솔직히 그 시간이 아주 즐겁진 못했어. 그런데 이 놀이는 정말 대단하잖아,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이토록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놀이를 할 수 있다니. 대화 정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여기서 이 놀이를 하지 않는 게 더 멍청한 거였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 뒤로 찾아오는 친구들 몇 명에게 똑같은 문제를 내 봤어. 처음엔 나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친구들도 없진 않았지만, 결국 모두가 이 놀이를 좋아해주더라.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이 놀이를 반복했어. 그리고 어느 날, 이 놀이를 내게 알려준 친구 만큼이나 고마운 친구가 내게 찾아왔지. 그 친구는 내 문제를 곰곰이 듣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을 술술 읊는 거야.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나를 보고 박장대소한 그 친구는 말했지, 자기가 더 재밌는 문제를 안다고. 알고 보니 그 친구, 이 놀이를 나보다도 더 좋아하는 친구였어. '더 정확히 말하면 평행사고 게임'이라나 뭐라나, 나는 그 말이 어려워서 그냥 바다거북 스프라고 아직도 부르고 있지만 말야.

아무튼 그 친구는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문제를 포함해서 수많은 문제를 풀어보고, 심지어 만들어봤다고 하더라. 내 세상이 다시 한번 넓어지는 순간이었지. 다시 한번 내가 문제를 맞추는 쪽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엄청 기뻤지만, 내가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이었어. 내가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이제 나 혼자 있을 때도 이 놀이의 연장선이 되는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거잖아. 이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끝도 없는 시간 속에서, 드디어 끝나지 않는 즐거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지.

내가 처음 스스로 만든 문제를 들려줘볼게. "다이빙이 취미인 남자가 차를 타고 다이빙을 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윽고 어느 섬에 도착한 남자는, 오던 중 봐두었던 다이빙 포인트로 향했습니다. 남자는 뛰어 내렸고, 사망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남자가 다이빙이 서툴렀냐고? 아니.

다이빙 장소가 잘못되었냐고?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다이빙 한 시간이 중요하냐고? 대단한데, 맞아.

이런, 이 문제를 네게 풀도록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저 문제의 정답은 다음과 같아. "남자는 차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지나던 도중, 다리 위에 다이빙 포인트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저녁에 다시 그곳으로 찾아간 남성은 뛰어내렸지만, 그는 보지 못했습니다. 썰물 때는 다리 밑의 바닷물이 모두 빠진다는 경고문을요." 원작 문제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그럴싸하지 않아?

많은 친구들이 이 문제를 좋아해줬어. 거기서 자신감을 얻어서, 내게 주어진 끝도 없는 시간을 더더욱 쏟아부어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었지. 그 후로는 찾아온 친구들을 돌려보내는게 그렇게 아쉽지 않게 됐어. 다만 많은 친구들을 거쳐가다 보니, 이곳에도 규칙이라는게 필요해지더라고.

내가 공들여 준비한 문제에는 관심도 안주고, 그냥 내보내 달라느니 아쉬운 소리만 하는 친구들이 뒤로 갈수록 늘었거든. 처음에는 그냥 들어와서 얘기만 해줘도 좋았는데, 욕심이라는게 끝도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거겠지. 나는 규칙을 정했어. 내가 낸 문제를 맞추면 돌려보내 주는 걸로 말이야. 딱 한 문제만 맞춰 주면 내보내준다는 말만 덧붙였는데, 그 후로는 다들 나와의 놀이에 집중해주더라. 참 마법 같은 문장이었어, 이 규칙을 만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지.

... 그래, 이번엔 네 차례야. 오, 너도 바다거북 수프 좋아한다고? 잘됐네. 지난번 친구는 바다거북 수프가 뭔지 모르고 있었는데, 풀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거든. 너도 알다시피, 이 놀이는 문제를 내는 쪽도 점점 숙련되어가잖아. 어느 정도 이 문제에 익숙해지면, 풀이자 각자마다의 접근 방식을 관찰하는 것도 일종의 재미거든. 그 친구랑 네가 하는 질문이 어떻게 다를지도 기대된다. 자, 그럼 문제야.

"남자가 햄버거를 먹고 죽었습니다. 햄버거는 4차원에서 왔으며, 남자는 사실 파란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곰팡이를 크게 웃었습니다. 햄버거의 정답은 '하늘을 나는 고양이'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고양이는 두 번째 질문까지만 존재했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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