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십자가를 깎던 신부님
작가: 방울한올
어느 변방의 마을에는 갑작스런 호환이 돌았다. 아이들이 연달아 실종되고, 전염병이 창궐해 사람이 죽고, 가뭄이 찾아와 농작물을 거두지 못하는 등, 일어날 수 있는 악재란 악재는 모두 겹쳐 애꿎은 마을 주민들을 괴롭혔다. 그 중에서도, 성당에서 발생한 일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곳의 신부는 독실한 기독교인에, 남을 거리낌 없이 돕는 곧은 성정으로 모두의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다. 그런 신부가 건강이 위독하여 잠시 자리를 대리인에게 맡기던 때, 마을 주변에 큰 지진이 발생하였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을 뿐이었지만, 마을 끝자락에 위치했던 성당은 곧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결국에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많은 신자들이 건물에 깔려 죽는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나버린 것이다. 이를 전해 들은 신부는 급히 성당으로 향했지만 맞이한 것은 무너진 성당의 잔해 뿐이었다. 기이한 것은, 성당 꼭대기에 위치했던 거대한 나무 십자가가 잔해 무더기 위에 반듯이 꽂혀있었으며 신부는 꽂혀있던 십자가를 보곤,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며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큰일을 치른 뒤, 신부는 돌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무너진 성당과 시체를 방치한 채, 그 위에 올라 톱으로 십자가를 조금씩 깎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 십자가를 깎는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한결같이 "참회하는 중입니다"라는 영문 모를 대답이 돌아왔다. 외각에서는 그것을 하나의 큰 무덤으로 보존하려는 신부의 큰 뜻이란 말도 나왔으나, 온갖 만류에도 무시하며 계속 십자가를 깎는 신부의 모습에, 다들 미친 것이라 여기고는 혀를 찰 뿐이었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죽었을뿐더러, 마을 사람들은 우환과 생활고에 시달려, 미쳐버린 신부에게 신경을 쓰는 이는 날이 갈수록 줄어갔다. 그렇게 신부는 모두에게 서서히 잊혔다. 성당이 무너진 지 3개월, 다행히도 마을에 이어지던 악재는 단번에 사라졌다. 더이상 아이들은 실종되지 않았으며, 전염병은 완전히 종식되었고, 길었던 가뭄 또한 끊긴 것이다. 한때 신부를 존경했던 한 사내는 문득 그가 떠올라, 이 희소식을 전하기 위해 무너진 성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사내가 목격한 광경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성당에 묻혔던 시체들은 부패한 채로 잔해 무더기를 향해 합장하고 있었으며, 잔해 위의 나무 십자가는 양옆이 완전히 잘려 더이상 십자가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다. 십자가 밑에는 신부의 시체가 밧줄에 감긴 채 누워있었고, 그는 두 팔이 모두 잘린 상태로 피에 젖어 있었다. 이 불가사의한 일은 한동안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후에 공개된 신부의 부검 결과는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하였다. 놀랍게도 그의 사인은 과다출혈이 아닌 질식사였으며,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신부의 부푼 배를 가르자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일련의 이야기는 결코 후대에 구전될 수 없었기에 신부는 그저 성당에 깔려 죽은 성인으로만 남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