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어떤 동굴, 앞에는 녹음기가 하나 놓여있다.
작가: 방울한올
당신은 어두운 동굴 속에서 눈을 뜬다. 당신의 앞에는 보란 듯이 놓인 녹음기가 하나 보인다. 작은 디스플레이를 가진, 꽤나 좋은 모델의 녹음기다. 음성 녹음 파일은 얼핏 봐도 수십 개는 되어 보인다. 당신은 그 중 가장 첫 번째 녹음 파일부터 재생하기 시작한다. ------------------------------------------ [음성파일_001] | 00:00:00 ▷ 00:02:14 | 아, 이건 정말 행운입니다. 놈들이 모아놓은 잡동사니 무더기 속에서 멀쩡한 녹음기를 찾아내다니. 벌써 여러 가지 사용법이 떠오르네요. 일단은 뭐 제가 알아낸 것들만 간단하게 남기겠습니다. 저는 이곳에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 됐을 겁니다. 아마도. 여기가 어디인지는 정확히는 모릅니다. 휴대폰이 꺼지기 전에 위치 확인을 하려 해도 GPS가 안 터지는 지역이더군요. 뭐.. 당연히 전파도 안 터집니다. 휴대폰은 무용지물입니다. 오히려 갖고 다니면 위험할지도.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은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인간인 척을 하는 놈들이 여럿 있습니다. 대충 50명 정도 있으려나 싶네요. 그놈들인 척하는 사람도 몇 명 있습니다. 분명히 있습니다. 놈들은 꽤 멍청해서 속이기 쉽습니다. 말도 어눌하게 흉내 내니까 앞에서는 되도록 말은 삼가세요. 최대한 그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세요. 꽤 습한 탓에 여러 곳에 물웅덩이가 있습니다. 좀 비릿한 맛이 나긴 하지만 살고 싶으면 그거라도 마시세요. 그리고 배고프면 바닥이나 벽면에 붙어있는 이끼를 드시면 됩니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싶으면.. 놈들이 시체를 모아두는 곳들이 있습니다. 가장 끝 방에 보통 위치해서 한쪽으로 쭉 가다 보면 나올 겁니다. 그.. 무슨 말인지는 아시겠죠? 일단 저는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나가는 법은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지금.. 최대한 구석에서 이러고 있는지라, 괜스레 불안하네요. 첫 기록은 여기까지로 하죠. 그럼 이만. [음성파일_002] | 00:00:00 ▷ 00:00:17 | 아, 방금 조금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달까요. ... 이건 쉽사리 잊기 힘든 장면이겠네요. 아... 조금 정리가 필요합니다. [음성파일_003] | 00:00:00 ▷ 00:02:42 | 별로 떠올리고 싶진 않으니까 간략하게 얘기해봅니다.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평소같이 놈들 사이에서 모자란 척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최근에 여기로 들어온 듯한 못 보던 얼굴의 여자가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흉내가 어설퍼서 조만간 들키겠다 싶었습니다. 아.. 하하.... 그... 실은 최근에 저랑 대화 몇 마디 나누던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종종 같이 다니곤 했는데, 놈들이 멀어진 틈을 타 그 여자한테 속삭이며 말을 걸었습니다. 좀 챙겨주려고 했던 것 같았지만.. ... 그 여자가 알고 보니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기괴하게 웃곤, 끼기긱 끼긱 하는 소리를 내더니 놈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놈들 모두가 달려들더군요. 저는 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거기서 소리라도 질렀으면 어떻게 됐을지.. 하하. ... 아무튼, 섣불리 아무한테나 말 걸지 마세요. 저도 나름대로 구별하는 법을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네요. [음성파일_004] | 00:00:00 ▷ 00:01:34 | 어쩌다보니 시체가 모인 방으로 갈 일이 생겨서 왔는데, 하나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시체를 모아둔 것을 보고 식량을 비축해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몇은 이미 썩어서 부패되고 있고, 뼈나 살점 같은 먹은 후의 흔적도 없습니다. 자세히 보니 시체들은 모두 머리 위쪽이 파내어져 있습니다. 그동안은 역겨워서 못 알아챘지만, 아무래도 놈들은 인간의 뇌만을 필요로 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이곳은 사실 쓰레기장이었던 겁니다. 이 쓰레기장에는 아는 얼굴이 여럿 보입니다. 같이 나가자고 했는데.. ...하.. 하하..... ... 좆같은 새끼들. [음성파일_005] | 00:00:00 ▷ 12:21:42 | 헉.. 허억.. 개..허억, 새끼야... 오지마.... 오지 말라고..... 쨍그랑 끼기기긱 끼긱 끼긱 깍까가각 큭..크흐흐흑... 시발.. 악! 아아아악!! 까가각 끼릭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퍼벅. 철퍽. 철퍽. 하.. 철퍽. 오.. 철퍽. 철퍽. 철팍. 음. 철퍽. 철퍽. 철퍽. 켁.. 철퍽. 철퍽. 카학.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아아. 질그럭질그럭 끄르륵 철푸덕 ...... ................. [2번째임] | 00:00:00 ▷ 00:01:54 | 시체 더미에서 이걸 찾았음. 얘는 지가 죽는 상황에서 녹음기를 킬 생각을 하네. 아무튼, 녹음 파일 들었으면 알 텐데 저새끼들 뇌만 처먹는거 맞음. 내가 여기 온지 한 달 정도 됐을 텐데 뇌 처먹는거 많이 봄. 그리고 하나 추측하는데, 뇌 쳐먹으면 더 똑똑해지는 듯? 개중에 좀 더 인간같이 행동하는 새끼 있음. 그놈들 특히 더 조심해야 함. 하나 더, 여기 구조가 좆같아서 길 잃기 쉬운데 길 찾는 법이 있음. 일단 이곳의 중간에 큰 공간이 있음. 편하게 중앙 광장이라고 하겠음. 님이 어디에 있든 갈림길에서, X자 쳐져있는 쪽으로 쭉 나가면 무조건 중앙 광장으로 갈 수 있음. 보통 길목 밑에 돌로 그은건지 희미하게 자국 있는데 자세히 봐야 보이니까 잘 보고 가셈. 중앙 광장에 사람 자주 보이니까 너무 외로우면 거기서 사람 찾는거 추천함. 추가로 이곳 구조가 개미굴이랑 엄청 닮아서 그런데 아마 땅 밑이지 않을까 싶음. 어쩌면 위로 계속 향하다 보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어디까지나 그냥 내 생각일 뿐인데, 이거라도 믿고 싶긴 함. [2번째임2] | 00:00:00 ▷ 00:02:01 | 이곳의 구조에 대해서 더 깊이 얘기해보겠음. 이틀 동안 잠만 자고 움직여서 알아낸 정보임. 여길 좀 돌아봤으면 알 텐데 이곳의 길은 계속 갈림길이 존재함. 중앙 광장에도 6개의 길목이 뚫려있고, 각 길마다 가다 보면 조금 넓은 공간이 나옴. 나는 이걸 방이라고 부르는데, 각 방마다 5개의 갈림길이 있음. 그리고 또 갈림길 따라서 간 방에는 5개의 갈림길이 있고... 이걸 계속 따라가서 5번의 갈림길을 지나면 더이상 길이 없는 구석 방이 있음. 내가 다 가보지는 않았는데 지금까지 간 곳은 다 6번째로 지난 방이 끝이었음. 뭐 대충 방이 존나게 많다는 소리임. 그 중 하나가 출구라면 그냥 뒤지는 게 빠름. 그래도.. 사람 여럿 구해서 따로 돌아다니며 찾으면 할 만할 수도 있긴함. 탈출팟 하나 만들어야 할 듯. 아니 그리고 이거 전에 갖고 있던 놈은 얼마나 안 돌아다닌 거냐? 그 반병신들이 50마리 정도다 이지랄 하던데 최소 수백, 못 해도 500마리는 됨. 가는 길마다 있는 거 보면 몇천 명 있다고 해도 될 정도긴 함. [2_3_이거부터 틀어] | 00:00:00 ▷ 00:01:38 | 생각을 좀 해봄. 어차피 놈들 앞에서는 소통도 못 하니까 이걸로 사람 좀 구해볼까 함. 계획 얘기해줌. 먼저, 내 생각대로면 출구는 위에 있음. 중앙 광장 기준 길이 제일 좁은 쪽이 그나마 제일 경사짐. 그래서 그쪽 위주로 먼저 길을 찾아보고 싶음. 사람 4명만 구하면 나 포함 5명이니까 각자 길목 하나씩만 맡아도 길 찾는 게 존나 빨라짐. 그래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 좀 모집하겠음. 일단 내가 그쪽 통로 기준 제일 왼쪽 길목 맡고 길을 뚫음. 그 다음 사람은 왼쪽에서 2번째 길목을 맡고, 그 다음은 3번째, 이렇게 가는거임. 소통은 녹음기로만 하는 걸로 감. 굳이 위험을 늘리고 싶지는 않음. 계획에 참여하고 싶으면 녹음 남기셈. 녹음할 때는 구석진 곳 가서 녹음해야 함. 하고 나면 녹음기는 주운 곳에 다시 돌려두고. 혹시 나랑 직접 얘기하고 싶으면 녹음기 주변 계속 어슬렁거리면 됨. [3_참여1] | 00:00:00 ▷ 00:00:20 |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서 어떡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이렇게 희망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왼쪽에서 2번째 길 맡을게요. 중간중간 현황 보고할게요. [4_참여2] | 00:00:00 ▷ 00:00:13 | 저도 길 찾는 거 도와드리죠. 왼쪽 기준 3번째 길 가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다들. [2_4_확인함] | 00:00:00 ▷ 00:01:03 | 2명 참여 확인함. 3번님 말처럼 중간중간 보고 해줘야 함. 막말로 님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잖음? 물론 나도 마찬가지니까 계속 보고 때리겠음. 보고 너무 자주는 하지 말고 최소 길 100개 이상 돌고 하셈. 대충 계산해보니까 한쪽 방에서 시작해도 길이 3,000개는 나오니까 자주 할 필요 없음. 보고하러 갔는데 녹음기 사라져있으면 다른 사람이 보고하러 가져간 거라 생각하셈. 그럴땐 그냥 다시 돌아가서 길이나 찾으면 됨. 굳이 만나서 좋을거 없음. [3_2] | 00:00:00 ▷ 00:00:21 | 현황 보고.. 하러 가져왔는데 다리가 너무 아프네요. 아직 출구는 못 찾았습니다. 다시 힘내서 가볼게요. [5_참여3] | 00:00:00 ▷ 00:00:13 | 4번째 길로 가면 되는거 맞나? 암튼 일단 가본다. 파이팅하자. [음성파일_006] | 00:00:00 ▷ 00:00:25 | 됐다. 세요? 죽이지. 세요? 살려주. 세요. 아하하학! 히힉! [4_2] | 00:00:00 ▷ 00:00:36 | 바로 전 녹음 파일 뭔지 아시는 분..? 보고하러 다시 와봤는데 저런 걸 들으니까 섬짓합니다. 어쩐지 녹음기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더라니.. 아무래도 저건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위험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2_5] | 00:00:00 ▷ 00:00:18 | 존나 큰일임. 녹음을 이해할 만큼 똑똑한 새끼 나오면 진짜 좆된거임. 그 전에 빨리 끝내야 할 듯. [음성파일_007] | 00:00:00 ▷ 00:01:13 | 생존신고입니다. 여전히 허탕이네요. 2번님 말 대로 빨리 끝내야겠어요. 그래도 이대로만 가면... 힉. 흡. 끼긱 끽 이대로만? 가면? 킥! 카하학!!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끽 끼기긱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카하하학! 학! 살려줘.. 흑.. 흐윽... 철퍽. [2_6] | 00:00:00 ▷ 00:01:01 | 아 시발. 이미 좆된거였음. 3번님 죽음. 녹음기 옆에 계속 어슬렁거리는 반병신 하나 있길래 눈치 보다가 안 볼 때 주워왔음. 아마 그새끼가 녹음기를 미끼로 쓴 듯. 저새끼들이 너무 똑똑해졌음. 이젠 아무도 믿지 마셈. 녹음기를 공유하는 방법도 이제 못 쓸듯. 이렇게 되면 나도 녹음기를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긴 함. 그냥 아무나 갖고 가셈. 내가 들고 있느니 여기 들어있는 정보 나누는 게 맞는 것 같음. 다시 강조하는데, 아무도 믿지 마셈. [음성파일_008] | 00:00:00 ▷ 00:00:20 | 하하하하하! 큽..! 하하하! 파..하하! 란색, 이끼..큭크흐흑..! 먹지맙..풉! 큭크크큭.... 하하하하! 끄흐흑...! 하하학! 시..히히..발! 좆됐네!! 크하하학!! [아마 7번째] | 00:00:00 ▷ 00:00:37 | 위엣 놈은 진짜 뭐냐? 딱 봐도 먹으면 안 될 것 처럼 생겼는데 저걸 왜 먹는 거지? 말 안하면 잘 모르나? 파란색 말고 초록색 이끼 먹어라. 녹음 틀었다가 소리 개커서 좆될 뻔했네. [7_좆같은경험함] | 00:00:00 ▷ 00:02:15 | 아.. 시발 좆같네. 너네는 같은 실수 하지 말라고 말해둔다. 놈들 사이에서 멍청한 척도 적당히 해야 된다. 내가 연기를 너무 잘 한건지 몰라도, 어쩌다 놈들의 무리에 끼게 된건지.. 아 시발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도 사람 한 명이 들켜서 죽었다. 바로 내 옆에서 들켜가지고 멍청한 척 좀 하면서 죽이는거 도와줬다. 그런데 놈들이.. 시발... 내가 존나게 멍청해 보였는지 나한테 뇌를 양보하더라.. 뇌 안 퍼먹으면 내 뇌가 퍼먹히게 생겼는데 어떡하겠냐? 개같이 퍼먹었다. 좆같다. 진짜 좆같다. 사람도 아직 거부감 들어 안 먹어봤는데 뇌를 먼저 처먹어보네.. 아무튼 멍청한 척도 좀 적당히 해야 된다. 명심해라. [8] | 00:00:00 ▷ 00:00:32 | 전에 2번이 갈림길에서 X자로 가라 말한거 X자 없는 곳도 있으니까 알아두길 바란다. 진짜 샅샅이 뒤져도 안 보이면 그건 없는거다. 네가 길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난 시체 방에서 길 잃어서 굶어 죽진 않았다. [9] | 00:00:00 ▷ 00:00:45 | 애초에 갈림길에 X자가 원래부터 있진 않았을 테고, 그렇다고 저 반병신들이 새긴 거라곤 안 믿기는데.. 옛날에 여기 갇힌 사람들이 저걸 새긴 거라고 생각하면, 어쩌면 통로를 찾다가 새긴 문양이 아닐까? 이쪽에는 통로가 없다고 표시하기 위해 X자를 새긴 거라고 보면, 꽤 일리 있지 않냐? 내일 조금 더 조사해보고 남겨볼게. [9_2_탈출단서?] | 00:00:00 ▷ 00:01:33 | 8번 말대로 X자가 없는 곳이 있어. 중앙 광장 기준 길 4개는 X자가 있었어. 그런데 나머지 2개 중 1개는 아예 첫 방부터 X자가 없고, 남은 하나는 2번째 갈림길부터는 X자가 없어. 내 예상이 맞다면, X자를 새기던 사람 혹은 집단은 탈출구를 찾고 나갔기에 그 흔적이 끊긴 거야. X자가 없는 길 2개 중에 탈출구가 있어야 해. 그런데 아마, X자가 중간에 끊긴 쪽에 출구가 있지 않을까? 아예 표식이 없는 쪽은 처음부터 시도조차 안 했겠지. 이걸 듣고 있다면 돌아다니면서 X자가 끊긴 쪽으로 와서 나랑 같이 출구를 찾는거 어때? [2_8_출구찾음] | 00:00:00 ▷ 00:00:33 | 녹음기 찾느라 애 좀 먹음. 출구 찾았음. 9번 말대로 X자 끊긴 쪽이 탈출구가 맞았음. X자 처럼 돌로 화살표 그려놨으니까 그쪽으로 가면 탈출 할 수 있음. 이 좆같은 곳 드디어 나가네. 다 알아야 하니까 녹음기는 놓고 가셈. 고마우면 나가서 밥이나 사주셈. [10_감사인사] | 00:00:00 ▷ 00:00:18 | 2번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갑니다. 여러분도 빨리 나가서 봅시다. [11_감사인사2] | 00:00:00 ▷ 00:00:20 | 2번 좆간지네. 근데 전화번호라도 남겨야 밥을 사주든 하지.. 암튼 진짜 존나게 고맙다. [12_감사인사3] | 00:00:00 ▷ 00:00:19 | 고마워요.. 당신이 모두를 살린겁니다.. 진짜 어떻게든 만나서 보답해드리고 싶습니다.. [5_제발저거믿지마] | 00:00:00 ▷ 00:02:15 | 저새끼 믿지 마세요. 2번님 이미 죽었습니다. 저도 방금 듣고 나서 진짜 2번님인가 헷갈렸습니다. 목소리나, 말투나,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지만.. 이미 2번님은 죽었습니다. ...네. 확실히 죽었습니다. 예전에 탈출구 찾으러 다닐 때 녹음기를 더이상 못쓰게 되니까 2번님, 4번님이랑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일전에 시체 무더기 속에서 2번님 시체를 봤습니다. 위에 음성 파일은 2번님 뇌 처먹은 그새끼가 흉내내는 것일 뿐입니다. 저길 따라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하... 지금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저새끼들은 이제 사람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똑똑합니다. 제발.. 저새끼 믿지 마세요. 추가로, 이 뒤로 녹음된 음성 파일은 함부로 믿지 마세요. 진짜 2번님이 명심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믿지 말라고. 아무튼, 제발. 부디 당부 드립니다. 저기 탈출구 아니니까 믿지 마시고, 이 음성파일 듣고 계시면 더는 녹음도 하지 마세요. ------------------------------------------ 이것을 마지막으로, 음성 파일의 기록은 끊겨있다. 5번의 말대로 2번의 말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5번이 사람을 흉내내는 그놈들일지도.. 대체 누굴 믿어야 되는 거야.. 2번에게 고맙다고 안부인사를 적은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까? 아니면 이미 밖에 나갔을까? 그것조차 아니라면. 어쩌면 저들조차 사람이 아닐지도.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가 없다는 사실은, 정말 괴롭다. 과연 녹음기를 줍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로 뇌가 퍼먹혀 죽었을까? 아니면 조금만 더 빨리 이곳에 들어왔으면.. 내가 10번이나 11번, 12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도 믿지 말라고? 시발.. 그럼 대체 누굴 믿어야 되는 건데? 그 어떤 선택을 하든, 나머지 가능성들은 끝내 닿지 못해 머무를 것이다. 적어도 둘 중 하나만은 믿어야 한다면.. 그래. 이쪽이다. * 당신은 끝내,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떼어낸다. 어느 쪽으로 내딯든, 당신이 마주할 마침표는 결국 당신에게 닿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