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정신의학과에서 진행된 초진 면담 녹취록.
작가: 더지니어스
(문이 닫히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의자 두 개가 차례로 밀림.) A: 녹음 동의 확인하겠습니다. 진료기록 작성을 위한 녹취이고, 외부 제공은 없습니다. 두 분 모두 동의하십니까? B: 네. C: 네. A: 두 분, 어떤 문제로 오셨습니까. (잠깐 침묵.) C: 제가 말해도 돼요? (여전한 침묵.) C: 형이 저를 자꾸 다른 사람처럼 대합니다. A: 다른 사람처럼요. C: 네. 가족이 아니라, 그냥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요. 처음엔 제가 사고 후에 좀 달라져서 그런 줄 알았어요. 가족들도 힘들었고, 형도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벌써 3년이 지났는데도 똑같아요. (볼펜이 종이 위에 닿는 소리.) A: 구체적으로 어떤 식입니까? C: 일단 제 이름을 잘 안 불러요. 집에서도요. 필요하면 그냥 저기, 아니면 너, 이렇게 부르고. 제가 방에 들어가면 한참동안 문 앞에서 보고 있고, 제가 엄마랑 말하면 옆에서 엿듣고, 제가 옛날 얘기하면 정색하면서 표정이 굳어요. 제가 뭘 하건 막 감시하고 계속 확인하려고 해요. A: 확인하고, 감시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C: 네. 감시당하고 있다니까요! B: 실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의자 등받이가 작게 삐걱이는 소리.) A: B씨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확인하시는 겁니까. B: 저 사람이 제 동생인지를요. C: 보세요! A: C씨가 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B: 네. A: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B: 처음 봤을 때부터요. C: 하... 무슨 소리야.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부터잖아. B: 그때 처음 봤습니다. C: 형!! B: 제가 아는 제 동생은 그 전에 이미 끝났습니다. (짧은 침묵. 이후 이어지는 짙은 한숨.) A: 끝났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B: 죽었다는 의미입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A: B씨의 동생이 사망했다는 말씀이십니까? B: 네. C: 아니에요. B: 3년 전입니다. 교차로 앞 교통사고였습니다. 똑똑히 기억합니다. 화물 과적재한 트럭에- C: 저는 죽은 적 없어요! A: 잠시만요. 한 분씩 듣겠습니다. B씨, 지금 여기 앉아 있는 C씨가 본인의 동생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B씨는 동생이 3년 전에 사망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B: 네. A: 그러면 C씨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B: 모릅니다. A: 모른다. B: 네. 적어도 제 동생은 아닙니다. C: 선생님, 사고가 났던 건 맞아요. 저야 기억에는 없지만, 사고 직후 바로 구급차에 실려갔대요. 그런데 죽은 적은 없습니다. 한빛병원에서 깨어났고, 집에 돌아왔고, 그 뒤로 계속 같이 살았습니다. 아니 애초에, 제가 지금 여기에- B: 병원에서 깨어난 적 없습니다. C: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 B: 한빛병원에 동생 이름으로 입원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C: 그럼 나는 어디 있었는데?! B: 그걸 제가 묻고 싶어서 온 겁니다. (벽시계 초침 소리.) A: C씨. 본인의 사고 당시 기록이나 입원기록을 직접 확인한 적이 있습니까. C: 겨우 3년 전 일이잖아요. 제가 직접 문서를 떼어본 적은 없어요. 그때는 몸도 안 좋았고, 집 분위기도 이상했고요. 엄마가 계속 울어서 저도 뭘 묻지 못했습니다. A: 신분증이나 주민등록, 가족관계 서류는요? C: 다 있어요. B: 있습니다. 어떻게 얻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A: B씨는 서류상으로도 C씨가 동생으로 되어 있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B: 네. A: 그런데도 동생 분이 아니라고 판단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B: 서류고 뭐고 다 떠나서, 제가 봤으니까요. C: 형이 본 게 뭔데. B: 장례입니다. (종이컵이 책상 위에서 조금 밀리는 소리.) A: 장례를 직접 치르셨습니까? B: 네. A: 누구의 장례였습니까. B: 제 동생의 장례였습니다. A: 허. C: 아니에요. 선생님, 저 말이 제일 문제예요. 형은 제 장례식에 갔대요. 그런데 선생님이 보기엔 어떠세요, 제가 죽은 사람입니까? 아니잖아요! 제가 아무리 형한테 나 살아있다고 호소해도 형은 계속 제가 이미 죽었다고만 한다구요. 들을 생각조차 안 해요! A: C씨. C: 저는 죽은 적 없어요. 사고가 있었던 건 맞아요. 병원에도 있었고, 집에도 돌아왔다구요.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에요?! 차라리 제게 화가 났다면 이해라도 하겠어요. 그런데 왜 없는 사람처럼- A: C씨, 조금만 진정해 주십시오. B: 없는 사람처럼 대한 적은 없습니다. C: 그럼 뭐야? 밥 먹을 때 내 수저 치우고, 엄마가 내 이름 부르면 방에서 나오고, 내가 가족사진 만지면 못 만지게 하고. 그게 없는 사람 취급이 아니면 뭔데!? B: 저 사람이 그 자리에 있으면 어머니가 헷갈려 하십니다. C: 엄마가 헷갈리는 게 아니라 형이 계속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도 무너지는 거잖아. 우리 엄마, 올해 일흔 넘으셨어. 형, 제발 정신 좀 차려... B: 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동생의 얼굴을 똑똑히 봤습니다. 한참을, 한참을 저와 함께 오열했습니다... 선생님. (의자 다리가 바닥을 짧게 긁는 소리.) A: B씨는 지금 C씨가 집에 있는 상황이 어머니에게 해롭다고 판단하시는 겁니까. B: 네. A: 그래서 C씨를 집에서 내보내고 싶으신 겁니까. B: 네. C: 선생님, 저 말도 처음 듣는 거 아니에요. 형은 항상 저를 탓해요. 제가 나가야 된다고요. 제가 있으면 엄마가 낫지 않는다고요. B: 실제로 그렇습니다. C: 그럼 난 어디로 가야 해? (침묵.) C: 형. B: 적어도 집에 둘 수는 없습니다. (잠깐 침묵.) C: 선생님. 엄마가 힘든 건 형 때문이에요. 형이 계속 저를 없는 사람처럼 굴게 하니까 엄마가 중간에서 무너지는 거예요. B: 아니요, 어머니는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C: 무슨 소리야. 퇴원하니까 엄마는 바로 나 안아줬어. B: 그러고 나서 기절하셨습니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짧게 긁는 소리.) A: 그때가 언제였습니까. B: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입니다. 2023년 5월 15일. C: 아니에요. 저는 그날 병원에서 퇴원한 거예요! B: 선생님, 직접 확인해 보세요. 퇴원 기록이 없습니다. C: 형이 없앴겠지. B: 제가 없앤 건 장례식 물품뿐입니다. A: 장례식 물품이라면요? B: 영정 사진, 장례 사진, 방명록, 부의금 봉투, 영정 액자... 이런 것들입니다. 전부 어머니가 볼 수 없는 곳에 뒀습니다. C: 그런데 사진 하나는 계속 들고 다니잖아. 음침하게. A: C씨. C: 그 사진 보면서 나 없는 데서 울잖아. 내 이름 부르면서!!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짧은 침묵.) A: 사진이 있습니까? B: ...네. A: 어떤 사진입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C: ...아, 죄송해요. 엄마예요. A: 받으셔도 됩니다. 밖에서 짧게 통화하고 오시겠습니까. C: 네. 금방 올게요. (의자 밀리는 소리.) (문이 열림.) C: 엄마, 나 상담 중이야. 잠깐만. (멀어지는 소리) (문이 닫힘.) (복도 소리가 잠시 들렸다가 작아짐.) B: 사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 보셔야 합니다. A: C씨가 없는 사이에 확인하는 건 이 내담의 목적에 적절하지 않을- B: 지금 보셔야 합니다! A: ...왜 지금이어야 합니까? B: 저 사람이 보면 안 되니까요. A: B씨. 사진을 본다고 해서 제가 즉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B: 압니다. A: 그리고 C씨 동의 없이 개인적인 자료를 제가 확인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어요. B: 기록에 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선생님이 보시기만 하면 됩니다. (바스락, 종이를 꺼내는 소리.) B: 제가 이상한 거라면 그렇게 말씀해 주세요. A: 그 판단은 사진 한 장으로 되는 게- B: 그래도 봐주십시오. (사진이 책상 위에 놓이는 소리.) (스윽, 미는 소리.) A: 장례식장 사진이네요. B: 네. A: 날짜가 있네요. 2023년 5월 14일. B: 장례식 둘째 날입니다. (사진 모서리가 손끝에 스치는 소리.) A: 앞쪽에 영정사진, 바로 앞 상주석... B: 네. A: 영정사진 속 인물이 C씨와... 같네요. B: 제 동생입니다. A: 상주석 왼쪽에 서 있는 분은 B씨입니까? B: 네. (침묵.) A: 이 사진이 3년 전 사진이라고 하셨죠. B: 네. A: B씨도 지금과 거의 같아 보입니다. 수염이며, 흉터며... B: 네. A: ...알고 계셨습니까? B: 네. A: 언제부터요. B: 처음부터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영정사진만 봤습니다. 계속 동생의 얼굴만 봤습니다. 제가 사진 안에 어떻게 찍혔는지는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A: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B: 병원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A: C씨를 확인하기 위해서요? B: 처음에는요. A: 지금은요. (문손잡이 돌아가는 소리.) B: 넣으세요. (급하게 부스럭거는 소리.) (문이 열림.) C: 죄송해요. 엄마가 계속 물어봐서요. (문이 닫힘.) C: 사진 봤죠. A: C씨, 일단 앉으세요. C: 사진 봤죠? A: 앉아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의자가 천천히 밀리는 소리.) C: 영정에 제 얼굴 있었어요? (침묵.) A: 사진 속 영정에 C씨와 같은 얼굴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C: 형은요? A: ...사진에 있었습니다. C: 지금이랑 달랐어요? (벽시계 초침 소리.) A: 똑같았습니다. ...정확히 오늘 찍혔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종이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C: 그럼 형도 이상하잖아. 어떻게 완전히 같을 수 있는데? B: 나는 장례식장에 있었어. C: 나도 있었다며. B: 너는 영정에 있었어. C: 형은 상주석에 있었고? B: 그래. C: 근데 왜 나만 나가야 해? (긴 침묵.) B: 네가 내 동생 얼굴로 집에 있으니까. C: 형도 형 얼굴로 그대로 있는데. B: ...나는 내가 누군지 알아. C: 나도 알아. B: 아니야!! C: 그럼 선생님한테 물어봐. A: 저, 오늘 상담은 여기서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B: 사진 돌려주세요. A: 지금은 제가 잠시 보관하겠습니다. B: 안 됩니다. A: 두 분 모두 흥분 상태입니다. 사진은 저도 좀 더 확인해 보고- C: -선생님. A: 네? C: 사진 속에서 형은 울고 있었어요? (침묵.) A: 아니요. C: 저는요? A: 영정사진이었습니다. C: 그러니까요. (아주 긴 침묵.) C: 저는 웃고 있었어요? (녹취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