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매주 토요일마다 반찬을 보내신다.

작가: 더지니어스

1. 엄마는 매주 토요일마다 반찬을 보내신다. 서울 올라온 지 칠 년이 됐는데 한 주도 거른 적이 없다. 시골에서 동네 트럭에 부탁해서 아이스박스로 보내시는 모양이다. 멸치볶음이랑 어묵볶음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콩자반이 자주 있고, 가끔 장조림이 들어 있다. 작년 봄부터는 묵은지 김치찌개 끓일 만큼 잘 익은 김치도 따로 챙겨 보내신다. 회사 동기들이 진짜 부러워한다. 우리 엄마는 그런 거 안 챙겨준다, 너네 엄마 진짜 부지런하시다, 그렇게들 말한다. 듣고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비 오는 날에도, 명절에도, 한 주를 빠뜨린 적이 없다. 엄마랑은 일요일 저녁 여덟 시에 통화한다. 매주. 정확히. 신호음이 두 번 가기 전에 받지 않으면 엄마가 서운해 하셔서 나는 일곱 시 오십 분쯤부터 핸드폰을 들고 앉아 있는다. 통화는 짧다. 밥 먹었니, 먹었어, 뭐 먹었어, 엄마 반찬, 많이 먹었어, 응. 엄마는 원래 말이 많지 않으시다. 침묵이 길지만 어색하지 않다. 엄마 숨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한참 가만히 있다가 엄마가 "그래, 끊자, 아껴 살아라" 하시면 통화가 끝난다. 며칠 전에 친한 동기랑 회사 앞에서 술 한잔하다가 갑자기 그런 얘기가 나왔다. 야, 너희 엄마 안 외로우셔. 왜. 너 진짜 한 번도 안 내려가잖아. 매주 반찬은 그렇게 보내시고, 자식은 몇 년째 얼굴도 안 비치고. 좀 짠하시지 않겠냐. 내년 설에 내려가려고. 너 작년에도 그 얘기 했어. 재작년에도 했고. 동기가 술잔을 내려놓고 나를 한참 쳐다봤는데 그 눈빛이 좀 이상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려고 했는데 엄마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봤다. 엄마 사진이 꽤 많이 있는데, 다 옛날 사진이다. 최근에 찍은 게 한 장도 없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사진을 싫어하시지, 하고 넘겼다. 2. 다음 날 회사에 휴가를 냈다. 오랜만에 내려가자, 깜짝 놀라게 해드리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평소엔 일요일에만 거는 전화를 그날따라 갑자기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길게 갔다. 시골이라 그런가 보다 싶었다. 한참 만에 엄마가 받으셨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이번 주말에 내려갈게. 엄마는 한 박자 늦게 어 하셨다. 엄마 잘 안 들려, 어디 안 좋으셔. 아니야. 내려와. 엄마가 기다릴게. 엄마 목소리가 좀 멀게 들렸지만 시골 신호가 원래 그러려니 했다. 통화 기록을 확인했더니 일 분 사십삼 초였다. 평소 일요일 통화랑 길이가 똑같았다. 토요일 새벽 첫차로 시외버스를 탔다. 마을 입구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는 길은 다 그대로였다. 우물가 감나무도 그대로고, 옆집 개도 똑같이 짖었다. 단지 좀 지나치게 조용하다 싶었다. 명절도 아닌데 마을 사람들이 한 명도 안 보였다. 엄마 집 마당에 들어섰는데 마당이 너무 깨끗했다. 평소 같으면 엄마가 햇볕에 무 말리고 고추 널어놓고 한참 어수선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부엌 굴뚝에서도 연기가 안 났다. 엄마, 하고 불러봤는데 대답이 없었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냥 들어갔다. 마루에 옆집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나를 보시더니 얼굴이 천천히 굳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씀도 못 하셨다. 그러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으셨다. 얘야 너 어떻게 왔니. 엄마가 어제 오라고 하셔서요. 아주머니는 다시 한참을 입을 다물고 계셨다.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나서 마루 한쪽 벽을 가리키셨다. 거기에 검은 띠를 두른 액자가 걸려 있었다. 엄마였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한 웃음을 짓고 계셨다. 얘야 너희 엄마 작년 가을에 가셨다. 너도 와서 상주 노릇 하고 갔잖니, 사흘 내내. 아주머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너 그날 영정 앞에서 우리한테 다 인사하고 갔잖아. 갈 데가 있다고. 다시는 안 올 거라고. 그래서 다들 너 어디로 갔는지 걱정하다가 그냥 잊고 살았는데. 집에 돌아왔다.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방에는 어제 끊은 KTX 영수증이랑 시외버스 표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핸드폰 통화 목록에도 어제 엄마랑 한 통화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 분 사십삼 초. 평소 일요일 통화랑 똑같은 길이. 3. 오늘은 일요일이다. 여덟 시에 정확히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받지 않으면 엄마가 서운해 하시니까 받았다. 밥 먹었니. 먹었어. 뭐 먹었어. 엄마가 보내준 반찬에 밥. 많이 먹었어. 많이 먹었어. 엄마가 한참 침묵하시다가 그래 끊자 아껴 살아라 하시고 끊으셨다. 통화 기록이 일 분 사십삼 초로 찍혔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또 현관 앞에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을 것이다. 회사 동기한테 한 통 들려보낼 생각이다. 동기가 늘 우리 엄마 손맛 짱이라고 하니까. 그러고 보니 동기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저께는 누구였더라. 회사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게 언제였더라. 아이스박스는 늘 차갑다. 엄마는 손이 차가운 분이셨다. 매주 토요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아이스박스를 들어올릴 때, 손바닥에 닿는 그 차가움이 꼭 엄마 손 같아서,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들고 있는다. 차가운 것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것만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4.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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