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작가: 목격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누구였더라 이름도 기억 안 났고 어떻게 여기 왔는지도 기억 안 났다 주변을 둘러봤다 방은 작았다 벽은 전부 흰색이었고 천장에는 전구 하나만 달려 있었다 그리고 문 문 하나만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창문도 가구도 종이 한 장도 없었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문으로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았는데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밖도 방이 있다 방금 있던 방과 똑같은 흰 벽 전구 하나 문 하나 차이가 있다면 이번 방에는 종이 한 장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종이를 집어 들었다 적혀 있는 내용은 짧았다 "세 번째 방부터는 문을 열기 전에 노크를 하세요." 그게 전부였다 누가 쓴 건지도 없었다 일단 종이를 들고 문을 열었다 세 번째 방도 똑같았다 문 하나 전구 하나 흰 벽 나는 종이에 적힌 대로 문을 세 번 두드렸다 똑 똑 똑 잠시 뒤 문 너머에서도 똑 똑 똑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손을 뗐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문을 열어도 될지 고민하다가 결국 열었다 방이었다 또 똑같은 방 그 이후로도 계속 걸었다 몇 번째 방인지 세다가 포기했다 열 번째쯤 되는 방에서 또 종이가 나왔다 "문 너머에서 먼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면 열지 마세요." 나는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무서워졌다 왜냐하면 조금 전 방에서 문을 잡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기억이 흐릿해서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 있었던 일 같았다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계속 방을 지나가다가 어떤 방에서 멈췄다 그 방은 처음으로 달랐다 벽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17 처음 보는 숫자였다 나는 이상하게 안도했다 똑같은 방만 계속 보다가 뭔가 달라진 걸 보니 반가웠다 방 한가운데에는 종이도 있었다 종이를 펼쳤다 "17번째 방에 도착했다면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 "문을 열기 전에 뒤를 확인하세요." 등골이 서늘해졌다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뭔가 이상했다 내가 왜 안심하고 있지? 뒤를 확인하라고 적혀 있었는데 확인해야 할 대상이 없으면 굳이 그런 문장을 쓸 이유가 없잖아 그때였다 등 뒤에서 똑 소리가 났다 나는 얼어붙었다 문은 앞에 있었다 그런데 노크 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똑 똑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없었던 문이 벽에 하나 더 생겨 있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 순간 기억이 조금 돌아왔다 나는 이 방에 처음 온 게 아니었다 예전에도 여기 있었고 저 문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종이를 읽은 적도 있었다 그 종이에 뭐가 적혀 있었는지 떠오르는 순간 전구가 꺼졌다 어둠 속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기억난 마지막 문장은 이거였다 "당신이 기억을 잃는 이유는 아직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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