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의 문자 메세지.

작가: 더지니어스

야, 자고 있었으면 미안. 안 자고 있었으면 잠깐만 읽어줘. 별로 긴 이야기는 아니야. 아까 낮에 하려다 못 한 말이 있어. 네 얼굴 보면서는 도저히 못 할 것 같아서 이제라도 쓴다. 너 나 우는 거 본 적 있지. 작년에 우리 과 조교님 돌아가셨을 때. 빈소에서 내가 제일 늦게까지 남아 있었잖아. 너가 좀 놀란 얼굴로 물었었어. 너 조교님이랑 그렇게 친했냐고. 안 친했어. 얼굴 두어 번 본 게 다였어. 이제 그 얘기를 하려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 한 일 년쯤 됐나. 나한테 좀 이상한 게 와. 부고가 와. 너도 받아본 적 있는 그 단체문자. 누구누구님 별세, 빈소 어디, 발인 언제. 그거. 근데 나한테는 좀... 빨리 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연히 나도 처음엔 몰랐어. 부고 받고 조문을 갔는데 영정도 안 걸려 있고 상주도 없고, 직원이 여기 아직 빈소 안 차려졌다는 거야. 내가 날짜를 잘못 봤나 했지. 아니면 뭐 나만 빼고 불쾌한 몰카라도 하는 건가 싶었어. 근데 아니었어. 그 사람은 그날 밤에 죽었어. 나는 그날 아침에 부고를 받았었고. 그때부터 유심히 봤어. 부고가 오면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더라. 멀쩡히 출근하고, 밥 먹고, 웃고. 그리고 며칠 안에 죽었어. 한 번도 안 틀렸어. 처음엔 당연히 무서웠지. 근데... 하,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네. 너한테는 솔직히 쓸게. 실은 뭐랄까,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 내 장례식이 무서웠거든. 진짜야. 스무 살 때부터 계속 그 생각만 했어. 내가 죽으면 누가 올까. 올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해봤자 하루 정도 들렀다 가겠지. 우는 시늉 좀 하고 육개장이나 먹고 날 잊겠지. 빈소에 봉투 몇 개나 쌓일까. 텅 빈 자리에 우리 엄마 혼자 앉아 펑펑 울겠지. 그게 무서웠어. 잊혀지는 것도, 남겨지는 것도. 하지만 이제 난 선택할 수 있어. 내가 죽은 후에도 나를 위해주고 기억해줄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빚어낼 수 있어. 그것도 내 손으로! 그래서 부고가 오면, 나는 그 사람한테 갔어. 아직 안 죽었을 때 찾아가서, 죽기 전까지 함께했어. 회사 동료한테 왔을 때는 최대한 살갑게 굴었어. 점심도 같이 먹고, 고민도 들어주고, 늦었다고 집까지 데려다줬어. 사흘 뒤에 심장마비로 죽었고, 빈소에서 사람들이 그러더라. 둘이 그렇게 친한 줄 몰랐다고. 내가 제일 많이 울었으니까. 고등학교 동창한테 왔을 때는 십 년 만에 연락해서 술을 샀어. 옛날 얘기 실컷 하고. 일주일 뒤에 교통사고. 빈소에서 걔 어머니가 내 손을 붙잡고 우셨어. 우리 애 친구가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세탁소 아저씨, 자주 가던 식당 사장님, 같은 헬스장 다니던 형, 윗집 아주머니, ... 부고가 올 때마다 나는 그 사람의 마지막 친구가 됐어. 다행인 건지, 아직 진짜 친구였던 적은 없어. 근데 빈소에선 늘 내가 엄청 가까운 사람처럼 보였겠지.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줬어. 어깨 두드려주고, 밥은 먹었냐고 물어주고, 너무 상심 말라고. 그게 내가 원했던 거야. 너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그럼 그 사람들한테 말을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너 곧 죽는다고, 병원 가보라고, 조심하라고. 나도 처음엔 그러려고 했어. 근데 말해주면 안 죽을 수도 있잖아. 그럼 빈소도 없고, 나를 위로해줄 사람도 없어. 그래서 한 번도 말 안 했어. 한 번도. ... 오늘 아침에 부고가 하나 더 왔어. 너도 알지. 그 단체문자. 이름, 빈소, 발인 날짜. 근데 이번엔 빈소가 안 적혀 있더라. 발인 날짜도 없었어. 이름만 있었어. 네 이름이. 그래서 낮 내내 네 옆에서 한마디도 못 했어. 너는 멀쩡하잖아. 웃고 있고, 나한테 밥 사주고, 다음에 어디 가자고 하고. 나는 다음이 없는 걸 아는데. 있지. 나 약속할게. 네 빈소엔 처음부터 발인까지 있을게. 봉투도 제일 두껍게 넣을게. 네 영정 옆자리, 아무도 안 와도 내가 채워둘게. 너는 절대 텅 빈 데 혼자 안 둘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이번엔 진짜 친구로 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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